
핸드메이드 IN ASIA 6부 - 블루포터리 MADE IN 인도 자이푸르
등록일 : 2023-10-30 13:23:11.0조회수 : 349
황금빛 바람의 끝.
이곳엔 핑크빛으로 물든 도시가 있습니다.
사막 위에 세워진 힌두 왕국의 찬란한 문화 도시.
그리고 이 도시가 품고 있는 보물.
-(해설) 생명을 이어주는 물줄기,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사라질 듯 사라질 듯 사라지지 않은 푸른 빛의 아름다움.
손끝에서 시작된 마법이 도시를 물들입니다.
인도 북서부 라자스탄의 주도 자이푸르.
중세인도 왕국의 신비로움을 간직한 이곳은 광대한 타르 사막 한가운데
세워진 인도 최초의 계획도시입니다.
반듯하게 정리된 길.
도시 중심가로 들어서자 눈앞에 황홀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화려한 핑크빛으로 신비함을 자아내는 독특한 건축물들.
때문에 사람들은 이곳을 핑크 시티라 부릅니다.
사막 위에 세워진 핑크빛 도시.
그런데 도시의 반전은 또 있습니다.
핑크 시티가 품은 또 다른 컬러의 예술. 자이푸르가 낳고.
인도가 사랑하는 푸른 도자기.
블루포터리입니다.
소박하면서도 화려한.
똑같아 보이지만 단 하나도 같은 것이 없는 세상 유일무이한 수공예품.
때문에 자이푸르 사람들은 결혼식과 같은 특별한 날, 특별한 손님을 위해 이 블루포터리를 준비하곤 합니다.
오랜 시간 인도인들의 사랑을 받아온 블루포터리.
여기에는 수많은 장인들의 노력과 정성이 배어있습니다.
자이푸르 도심에서 차로 1시간 남짓 떨어진 마을.
코트쥬어.
이곳에는 약 200여 명의 블루포터리 장인들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해설) 랄라 람씨는 전통 방식으로 블루포터리를 제작하는 몇 안 되는 장인 중 한 사람입니다.
수십 년 전 손수 제작한 나무 물레 위에서 예술을 빚고 세월의 고귀함을 담아내죠.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이어져 온 손의 기억.
그의 섬세한 손길이 도자기 반죽에 스치면 어느새 반죽은 점점 모양을 갖춰갑니다.
대체 블루포터리가 가진 특별함은 무엇일까요?
그 비밀은 바로 재료에 있습니다.
다른 도자기들과 달리 점토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
점토 대신 석영석 가루와 유리 가루 그리고 여성들의 화장품 원료로 쓰이는
물타니 미티가 들어가는 것이 블루포터리 반죽의 특징입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블루포터리의 역사가 시작된 것은 18세기.
고대 중국과 페르시아로부터 인도의 장인들에게 전해지면서부터였습니다.
당시 도자기의 매력에 푹 빠졌던 인도인들.
하지만 인도에서 특히 건조한 기후의 북쪽 지역에서는 점토나 진흙을 구하기 려웠습니다.
바로 그때 자이푸르 예술의 개혁을 이끈 지도자 사와이 람싱 2세가 지역의
예술가들을 모아 도자기 제작을 시작했고 예술가들은 궁리 끝에 진흙 대신 돌
가루와 유리 가루로 도자기를 만들기 시작했죠.
그렇게 자이푸르만의 특별한 도자기가 탄생하게 된 겁니다.
블루포터리는 재료를 잘 섞은 반죽을 손으로 꾹꾹 뭉쳐주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잘 뭉쳐진 반죽으로 납작한 팬케이크 모양의 차파티를 만들죠.
평평해진 차파티는 원하는 모양과 크기의 틀 안에 넣고 모양을 잡습니다.
이때 가장자리에 남은 반죽은 깨끗이 잘라내죠.
모양이 잡혔으면 그 안에 나무 먼지나 모래로 꾹꾹 채워줍니다.
반죽이 정확한 모양을 갖도록 부드럽게 눌러주는 역할을 하죠.
그렇게 하루에서 이틀, 자이푸르의 온화한 바람에 잘 건조된 도자기는 이제제법 단단해졌습니다.
장인들은 틀 안에 채워둔 모래를 걷어내고 쿠치라는 브러쉬를 이용해 틀 안에 남은 먼지 한 톨까지 깨끗이 제거합니다.
이제는 다듬기 작업.
사포로 표면을 매끄럽게 해 주고. 빈 곳을 다시 꼼꼼히 메우고 또다시 건조하고.
이 과정을 여러 번 거치고 나서야 도자기의 틀을 갖춰집니다.
도자기 성형의 마지막 과정은 바로 유약 담그기.
매끄럽게 다듬어진 제품을 석영과 유리 가루를 섞은 혼합물에 한 번 더 코팅을 합니다.
이때 고르게 담그고 조심스럽게 내려놓아야 손자국이 남지 않습니다.
매끄러운 블루포터리의 매력이 한층 더 살아났네요.
매끄럽게 만들어진 도자기를 물레 중앙에 올립니다.
하얀 도자기 위에 첫 붓을 대는 순간.
이때부터 장인들의 예술적 감각이 꿈틀대기 시작합니다.
숨을 죽이고 천천히 이 순간은 누구 도말을 하지 않습니다.
붓끝에 온 심혈을 기울이는 장인들.
한번 시작하면 거침없습니다.
도안은 따로 없습니다.
자신만의 디자인으로 하얀 도자기를 가득 채워가는 장인들.
그저 붓 가는 데로 움직였을 뿐.
장인의 손끝에 밴 노련함이 마치 마법처럼 느껴집니다.
자이푸르 시내에 한 블루포터리 공방.
두 장인의 채색 작업이 한창입니다.
그런데 디자인이며 색감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해설) 금속에서 추출된 가루로 염료를 만들어 푸른빛만 감돌았던 초창기에 자이푸르 도자기.
하지만 지금은 같은 모양에도 다양한 색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푸른빛의 아름다움이 더욱 빛을 발하고 있죠.
-(해설) 인도를 대표하는 예술가였던 크리팔 씨.
그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는 블루포터리를 다시 부활시킨 영웅입니다.
한때 자이푸르에서 자취를 감췄던 블루포터리.
값싼 공장제 도자기가 들어오면서 수공예품 블루포터리는 상인들의 손을 떠나게 됐습니다.
그때 크리팔은 예술학교를 개설해 블루포터리를 복원시켰고 뿐만 아니라
블루포터리의 예술적 가치까지 높였습니다.
-(해설) 이후 블루포터리는 많은 제자들을 통해 명맥을 이어나갔죠.
하마터면 사라질 뻔했던 수백 년 자이푸르의 자랑.
그렇게 예술품으로 재탄생된 블루포터리는 다시 손에서 손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커다란 가마의 문이 활짝 열립니다.
오늘은 채색된 블루포터리를 구워내는 날.
이곳에서 블루포터리는 화려하게 변신하겠죠?
서둘러 도자기 구울 준비를 하는 장인들.
가마 문이 열리는 마음이 더욱 바빠집니다.
가마 안으로 들어갈 선반 위에는 블루포터리들이 들러붙지 않도록 미리 석영가루를 꼼꼼히 뿌려둡니다.
차곡차곡 선반 위에 놓이는 블루포터리들.
그런데 그림들이 다 사라졌습니다.
굳기 전 더욱 반짝이는 블루포터리를 위해 한 번 더 유약 옷을 입혔기 때문이죠.
차곡차곡 오랜 시간 여러 장인들의 손을 거쳐 만들어진 블루포터리들이 선반 위에 쌓입니다.
큰 도자기는 제일 불길이 센 가마의 맨 아래쪽과 맨 위쪽에.
그리고 작은 도자기는 불길이 약한 가운데에 모아둡니다.
거대한 순백의 탑이 드디어 가마 안으로 들어갑니다.
마지막까지 단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됩니다.
드디어 가마의 문이 닫히고 불을 붙일 시간.
섭씨 800도의 온도에서 8시간.
단 한 번만 구워내야 하는 블루포터리.
지금부터는 신의 영역입니다.
많은 이들의 땀이 깃든 블루포터리가 단 하나도 깨지질 않길.
그렇게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탄생하길.
간절한 마음을 담아 기도합니다.
가마에 불이 꺼지고 3일이 지났습니다.
이 순간 장인들은 가마에서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긴 시간 끝에 드디어 블루포터니가 영롱한 자태를 드러냅니다.
하얀 유약으로 뒤덮였던 도자기가 색을 품었습니다.
핑크빛 염료가 푸른빛으로 변했습니다.
마치 핑크 시티가 품은 마법처럼 말입니다.
이른 아침 자이푸르의 장인들이 작업장으로 향합니다.
도시에서 살고 있는 장인들은 이곳에서 함께 모여 일하고 있는데요.
자이푸르 이곳저곳에서 따로 일하고 있던 이들을 이렇게 한자리에 모은 이가 있습니다.
-(해설) 자이푸르 블루포터리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는 리라 보르디아.
장인들은 그를 블루포터리의 여왕이라 부릅니다.
그녀는 블루포터리를 알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회사를 설립해 지역의 장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죠.
-(해설) 젊은 시절부터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았던 리라.
그녀가 처음 자이푸르에서 마주한 사람들은 거리를 전전하며 명맥을
이어가던 블루포터리 장인들이었습니다.
장인 랄라 람 씨도 그들 중 한 사람이었죠.
-(해설) 힘겹게 부활한 소중한 문화유산. 이대로 또다시 사라지게 둘 수는 없었습니다.
그녀는 장인들이 안정적으로 일하고 먹고 살 수 있도록 그래서 블루포터리의
전통을 지켜가며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해설) 풍부한 문화유산의 도시.
그곳에서 사라지고 부활하기를 반복하며 끝끝내 자리를 지켜낸 블루포터리.
핑크시티가 품은 푸른빛의 보물은 그렇게 마법처럼 우리 곁에 남았습니다.
그리고 그 고귀함은 자이푸르 장인의 손에서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